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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브 코딩 시대 개발자가 지녀야 하는 특성

정도현 - 로보코 수석 컨설턴트
서론 - 최고의 개발자가 지니는 특성
얼마 전 긱 뉴스에서 오픈소스 관리자이자 Rust 컨설턴트인 마티아스 엔들러(Matthias Endler)의 블로그 포스트 - “The Best Programmers - 내가 아는 최고의 개발자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특성”를 발견했다. 그는 포스트에서 자신이 경험한 최고의 개발자들이 공통으로 지닌 특성들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최고의 개발자는 호기심이 많고, 겸손하며,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할 줄 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나고, 기술의 깊은 부분까지 탐구하며, 꾸준한 학습을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프트웨어의 품질과 유지보수성에 큰 가치를 둔다.
그의 주장에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이 글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생각이 있었다. 과연 AI가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주는 바이브 코딩의 시대에는, 이러한 우수한 개발자의 특성들이 어떻게 변하게 될까?
지능보다 주도성
이 질문에 대한 힌트를 안드레아 카르파티(Andrej Karpathy)의 트윗에서 얻을 수 있었다. Karpathy는 최근 자신의 트윗에서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주장을 했다.
주도성이 지능보다 중요하다(Agency > Intelligence). 나는 오랫동안 지능(Intelligence)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믿었지만, 이제는 주도성(Agency)이 지능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지능은 가능성이고 잠재력에 불과하지만, 주도성은 실제로 현실을 바꾸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힘이다. 즉, 아무리 똑똑하고 뛰어난 잠재력이 있어도 실행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러한 주도성은 AI와 함께 일하는 시대, 즉 바이브 코딩 시대의 개발자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자리잡을것이다. 개발자의 역할이 문제 해결에서 문제 정의와 평가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 정의와 평가라면 이미 프로덕트 매니저(PM)나 프로덕트 오너(PO)가 그 일을 하고 있지 않은가?! 개발자의 개입이 필요 없어지는 시기가 오면 정말로 개발자는 사라지고 PM이나 PO만 남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바이브 코딩 시대의 아마존 리더십 원칙
나는 최근 8년간 AWS에서 테크니컬 트레이너로 6년, 개발자로 2년 반을 일한 경험이 있다. 아마존은 회사가 급속하게 성장하는 가운데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난 구성원들이 가능한한 같은 마음가짐으로 비즈니스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 ‘아마존 리더십 원칙‘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내가 안드레아 카르파티의 주도성에 대한 트윗 읽었을때 맨 처음 든 생각은 주도성이 아마존의 리더십 원칙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아마존 리더십 원칙들이 바이브 코딩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살펴보자.
1️. Customer Obsession (고객 집착)
- 고객의 문제를 AI에게 정확히 전달하고, 고객 중심적 문제정의와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어야 한다.
- AI가 고객의 니즈를 놓치지 않도록 명확하고 세밀한 맥락을 제공한다.
2️. Ownership (주인의식)
- AI가 생성한 결과물의 책임을 인간이 최종적으로 진다는 점에서, 결과물에 대한 주인의식이 더욱 중요해진다.
- 결과에 대해 단순히 AI의 책임이 아닌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끝까지 개선하려고 노력한다.
3️. Invent and Simplify (발명과 단순화)
- AI를 활용해 기존의 복잡한 절차를 과감히 단순화하고, 더 효과적인 문제 해결 방식을 발명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 AI가 만들어낸 솔루션을 인간적 시각으로 평가하고 개선함으로써 지속적 혁신을 가능하게 한다.
4️. Learn and Be Curious (학습과 호기심)
- 지속적으로 AI 기술의 진화를 학습하며 호기심을 갖고 활용법을 탐색한다.
- 새로운 프레임워크나 기법을 신속히 습득해 AI와 더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자신을 성장시킨다.
5️. Hire and Develop the Best (최고 인재 영입 및 육성)
- 뛰어난 기술적 리더십을 갖춘 인재를 발굴하고 개발하는 역할은 여전히 매우 중요하다.
- 팀원의 기술 역량을 키우고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법을 교육하는 데 기여한다.
6️. Insist on the Highest Standards (최고 수준의 기준 고수)
- AI의 결과물을 맹목적으로 신뢰하지 않고, 높은 기준으로 품질을 평가하고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
- 품질, 보안, 윤리 등 모든 영역에서 타협하지 않는 기준을 유지한다.
7️. Think Big (크게 생각하기)
- AI 기술을 활용해 더 크고 혁신적인 목표와 비전을 설정한다.
- AI가 기존 사고의 제약을 뛰어넘도록 큰 그림을 제시하고, 더 큰 가능성을 탐색한다.
8️. Bias for Action (빠른 행동)
- AI 기술을 활용해 빠르게 실험하고 피드백을 얻으며 개선을 반복한다.
- 고민만 하지 않고 행동 중심의 빠른 반복과 검증을 통해 속도를 높인다.
9️. Frugality (검소함)
- AI 활용에서도 비용과 자원의 효율성을 중시하며 낭비 없는 시스템을 설계한다.
- 최소한의 리소스로 최대의 결과를 얻도록 효율적인 접근을 지속한다.
- Earn Trust (신뢰 구축)
- AI의 결과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신뢰받는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한다.
-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AI의 의사결정을 해석 가능한 방식으로 제시한다.
- Dive Deep (깊이 파고들기)
- AI의 결과가 표면적으로 잘 보여도, 이를 신뢰하기 전에 근본 원리를 이해하고 면밀히 분석한다.
-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 끝까지 탐구하는 태도를 가진다.
- Have Backbone; Disagree and Commit (원칙 있는 의견 표명과 헌신)
- AI의 결과물에 맹목적으로 동의하지 않고 자신의 견해를 명확히 표명한다.
- 의견이 충돌하더라도 결정을 내린 후에는 AI의 결과에 책임 있게 협력하여 최선의 결과를 만든다.
- Deliver Results (결과 도출)
- 궁극적으로 AI를 활용하여 실제 비즈니스나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 기술적 우수성을 넘어 구체적이고 가치 있는 결과를 제공하는 데 집중한다.
특히 그 중에서도 ‘고객 집착’과 ‘주인의식’이야말로 카르파티가 강조한 행동력의 핵심이다. AI는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지만, 그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고객의 요구를 깊이 이해하고, 해결책에 대한 확실한 책임감을 가지고 문제 해결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결국, 바이브 코딩 시대의 우수한 개발자는 기술적 잠재력을 넘어, 분명한 주도성과 강력한 책임감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이제 막 시작된 바이브 코딩 시대에서 개발자는 AI를 단순히 활용하는 것을 넘어 AI와 함께 주도적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결과물을 책임지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즉, 행동하는 개발자, 문제를 정확히 바라보고 자신의 것으로 인식하며 끈질기게 해결책을 찾아가는 개발자가 바이브 코딩 시대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인재로 부상하게 될 것이다.